1.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2006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의 감독 켄 로치는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역대 최대인 14회나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황금종려상 2회 심사위원상 3회를 수상한 인물이다. 주로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인권을 다룬 영화를 만들었으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등이 있다. 켄 로치 감독은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말을 한 인물로 역사에 대한 철학이 있는 분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역사는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며 역사를 탐구하여 민중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되돌려주는 것은 감독으로서 갖은 책임 중 하나인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민중의 과거에 대한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들의 현재를 재조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결국 미래를 바꿀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감독은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논쟁적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의 아픈 서사를 주제로 영화로 만듦으로써, 이를 거울삼아 현재와 미래가 바뀌기를 염원하였다.
영화는 최근 개봉작의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뛰어난 내면 연기로 호평받았던 킬리언 머피가 주연으로 하고 있다. 킬리언 머피는 아일랜드 출신 할리우드 배우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도 독립운동과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히 연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 영화 줄거리 및 등장인물
영화는 192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젊은 의사 데미안(킬리언 머피)은 런던에 일자리를 구하지만, 그곳에서 아일랜드인에 대한 영국 군대의 횡포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형 테디와 연인 시니드, 동료들과 함께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참여한다. 데미안은 형 테디가 속해 있는 게릴라군으로 참가하여 영국군과 전쟁을 벌인다. 그리고 마침내 영국과 아일랜드는 평화 조약을 맺는다. 하지만 영국은 북아일랜드는 제외한 일부 지역의 자치만 허용한다는 실망스러운 발표를 한다. 결국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대영제국 자치령인 아일랜드 자유국으로 남는다는 내용이다. 이 타협안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게릴라 군은 둘로 나뉘게 된다. 온전한 독립을 바라는 사람들은 조약을 반대하고, 조약을 찬성하는 입장은 너무 힘든 싸움이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자는 현실파이다. 주인공 데미안과 형 테디 역시 심하게 대립하는데, 형은 영국의 타협안에 찬성하고 동생 데이먼은 반대하며 둘 사이는 갈라지게 된다. 또한 연인 시니드와의 관계마저 악화된다.
이제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전쟁이 아닌 정부군과 타협안 반대파끼리의 내전으로 치닫게 된다. 데미안은 가족과의 대립, 사랑하는 연인과의 위기 속에서 조국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3. 갈라선 형제와 비극적인 결말
마지막에 이르러 남북으로 갈리며 민족 간의 다툼이 되어버리는 아일랜드의 현실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 비슷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정서적인 동요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형제끼리 총을 겨누는 모습은 작품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며, 이념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온순했던 의대생이었던 데미안이 격렬한 투쟁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여리고 섬세했던 주인공이 자신들의 위치를 밀고했던 오랜 친구 크리스를 죽이는 장면 등 데미안은 돌이킬 수 없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간다. 결국 데미안은 형의 손에 처형당하고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독립전쟁과 내전, 그리고 형제의 비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여 그들이 꿈꾸었던 민족의 독립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4.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논쟁적 역사를 다룬 영화
영화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다.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과 영국과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데미안은 독립운동을 위해 이념을 추구하며 동료를 총살하는 등의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된다. 데미안 역을 한 킬리언의 독백은 군더더기 없이 강렬하고, 관객에게 질문과 동시에 큰 울림을 준다. “진정 조국이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독백이 주는 한 방이 강렬하다. 영화는 현실적인 상황과 이상적인 가치, 개인의 희생과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관객들에게 국가와 조국, 이념과 신념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결국 영화는 비극으로 마무리되지만 현실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들게 하는 작품이며, 더 나아가 어두운 역사를 극복하고 올바른 현재를 살고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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